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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식·산업

델·브로드컴 호실적의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 환율, 실적)

nyuneu 2026. 9. 5. 11:43

목차


    델,브로드컴 호실적의 의미

    델과 브로드컴 실적이 이렇게 잘 나왔는데도 왜 우리 증시는 여전히 박스권을 못 벗어날까요? 저도 이번 주 내내 지수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걸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컸는데, 결국 문제는 실적이 아니라 금리와 환율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실적은 명확히 좋아지고 있는데 그 위를 짓누르는 매크로 변수들을 하나씩 정리해봤습니다.

     

    금리: 워시의 20분과 월러의 하루

    지금 전 세계 국채 금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튀어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10년물은 4.8%로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고, 일본 10년물은 무려 30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넘겼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마이너스 금리를 걱정하던 나라라는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입니다.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5.25%까지 올랐고, 독일 국채 금리도 비슷하게 튀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까지 동시에 금리가 오르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그림입니다.

    이 흐름의 기폭제가 된 게 잭슨홀에서 나온 케빈 워시의 연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연설 전문을 찾아 읽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앞부분 20분 가까이를 온전히 AI 이야기에 할애했다는 겁니다. AI 발전 속도가 2년 전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여기에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고 있으며, 선도적인 두 연구소(오픈AI와 앤트로픽으로 추정)의 연환산 토큰 매출이 1억 달러를 넘어 1년 전보다 500% 늘었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했습니다. 이 부분만 보면 연준이 AI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미국 정부가 금리 부담 때문에 AI 투자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를 줄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연설 뒷부분에서 나온 물가 관련 발언이었습니다. 연준의 목표가 2%인데 실제 물가는 3%대에 머물러 있다며 연준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고, 시장은 이걸 매파적으로 해석하며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순식간에 끌어올렸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시장이 연설의 앞부분(AI에 대한 낙관)은 지나치고 뒷부분(물가 우려) 몇 문장에만 반응한 게 다소 아쉬웠습니다. 저도 예전에 연준 발언을 헤드라인 요약본만 보고 방향을 정했다가, 실제 전문을 나중에 읽어보니 뉘앙스가 훨씬 복합적이었던 걸 알고 뒤늦게 후회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시장이 첫 반응으로 매파냐 비둘기파냐를 단정할 때, 발언 전문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이번에도 목요일 윌러 연준 이사가 최근 3개월 근원 PCE 물가 추세(2월 4.76%에서 3.565%까지 하락)를 근거로 동결 의견을 내면서 시장 분위기가 다시 비둘기파로 확 돌아섰습니다. 지금은 인상과 동결 확률이 거의 반반으로 갈려 있고, 다음 주 소비자물가지수 발표가 사실상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요약: 케빈 워시는 연설 대부분을 AI 낙관론에 할애했지만 시장은 물가 관련 매파적 뉘앙스에만 반응해 금리 인상 우려를 키웠고, 이후 윌러 이사의 동결 발언으로 다시 분위기가 반반으로 갈린 상태입니다.

     

    환율: 원화·엔화 동반 강세는 어디까지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200원 가까이 빠지면서 1,350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1,6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걸 생각하면 정말 극적인 반전입니다. 엔화도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배경에는 몇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엔화를 사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것, 엔화 공매도 물량이 청산되고 있는 것, 그리고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불신으로 달러 자체가 약세를 보이는 것까지 맞물려 있습니다. 여기에 윌러 이사의 동결 시사 발언처럼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달러는 더 약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도 엔화 강세에 무게를 더하고 있습니다.

    원화 강세에는 별도의 국내 요인도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워낙 좋아서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달러가 원화로 바뀌는 물량 자체가 늘어납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위해 보유 중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수요도 있고, 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원화 자산의 매력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환율은 한번 뚜렷한 방향을 잡으면 쉽게 반대 방향으로 꺾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원화 강세를 되돌릴 만한 반대 재료가 특별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증권가에서는 1,300원 초반까지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예전에 겪었던 실수가 떠오릅니다. 몇 년 전 원화가 단기간에 급하게 강세를 보였을 때, "너무 빨리 움직였으니 곧 되돌림이 오겠지"라는 단순한 평균회귀 논리만 믿고 반대 포지션을 잡았다가 몇 주 동안 계속 밀리며 손실을 키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배운 건, 환율이 한 방향으로 뚜렷하게 움직일 때는 그만큼 강력한 반대 촉매(다른 방향의 금리 결정, 무역수지 반전, 대규모 자금 이동 등)가 나와야 추세가 꺾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의 원화·엔화 동반 강세도 그 반대 촉매가 뚜렷하게 보이기 전까지는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요약: 원화와 엔화가 달러 약세·반도체 수출 호조·자사주 매입용 환전 수요 등이 겹치며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고, 뚜렷한 반대 촉매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적: 델·브로드컴이 증명한 AI 수요

    이번 주 가장 주목할 실적은 델과 브로드컴이었습니다. 델은 원래 노트북을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엔비디아 GPU를 꽂아 조립한 서버 랙을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사업이 핵심 축 중 하나입니다. 이번 분기 AI 서버 매출이 99.8% 급증했고, 신규 수주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609억 달러, 수주잔고도 역대 최고인 950억 달러(약 120조 원)까지 늘었으며 가이던스도 대폭 상향됐습니다. 델의 실적이 좋다는 건 결국 엔비디아 서버 플랫폼에 대한 실수요가 여전히 뜨겁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브로드컴은 구글, 앤트로픽, 오픈AI 같은 기업들에 맞춤형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회사인데, 반도체 사업부 매출이 127.4% 급증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가이던스입니다. 내년 매출이 올해의 두 배, 그리고 그 다음 해는 또 그 두 배로 늘어날 거라고 제시했는데,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이 매년 두 배씩 성장한다는 전망 자체가 이례적입니다. 이는 빅테크들이 범용 GPU 대신 자사에 최적화된 맞춤형 칩을 원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뜻이고, 이 맞춤형 칩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내 메모리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집니다.

    9월 2일 공개된 연준의 베이지북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확인됩니다. 시카고 지역은 "데이터센터가 없었다면 건설업이 침체에 빠졌을 것"이라고 명시했고, 클리브랜드는 데이터센터와 국방 지출 덕에 제조업 수요가 견조하다고 밝혔습니다. 애틀랜타는 가격 인상에 성공한 기업 대부분이 데이터센터 관련 업체라고 했고, 댈러스는 AI 수요로 항공화물까지 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여러 지역 경제와 고용을 떠받치고 있다는 게 공식 문서로 확인된 셈이라,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부채 부담이 있어도 이 투자를 쉽게 멈추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여기에 한국의 8월 수출 데이터도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반도체 누적 수출이 전년 대비 171.5% 늘었고, 특히 중국向 수출이 119% 급증했는데, 이는 자국산 반도체(CXMT 등)의 성능이 아직 고성능 데이터센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중국 빅테크들조차 한국산 첨단칩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요약: 델·브로드컴의 실적과 가이던스, 연준 베이지북의 지역경제 언급, 한국의 반도체 수출 급증까지 모두 AI 투자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걸 일관되게 가리키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적이 이렇게 좋은데 왜 국내 반도체주는 안 오르나요?

    A. 펀더멘탈 문제가 아니라 금리와 수급이라는 매크로 변수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델·브로드컴의 실적과 가이던스는 AI 수요가 꺾이지 않았다는 걸 명확히 보여주지만, 전 세계 국채 금리 급등과 시장의 매물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주가가 실적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Q. 9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나요?

    A. 현재 시장은 인상과 동결 확률이 거의 반반으로 갈려 있습니다. 윌러 이사가 근원 PCE 물가 하락 추세를 근거로 동결 쪽에 무게를 실었지만, 다음 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다시 인상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 수 있어 지표 확인이 우선입니다.

     

    Q. 원달러 환율이 언제까지 떨어질까요?

    A.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자사주 매입용 달러 환전 수요, 한국은행의 연속 금리 인상 등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들이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환율은 한번 방향을 잡으면 강한 반대 촉매 없이는 쉽게 꺾이지 않는 경향이 있어, 증권가에서는 1,300원 초반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Q. 미국 정부가 부채 부담이 큰데도 데이터센터 투자를 계속 밀어붙이는 이유가 뭔가요?

    A. 연준 베이지북에서 여러 지역 연은이 데이터센터 투자가 건설업·제조업·고용을 실질적으로 떠받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는 데이터센터·AI 투자가 이미 미국 지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라, 부채 부담과 별개로 정치적·경제적으로 쉽게 멈추기 어려운 구조라는 해석입니다.

     

    결론

    이번 주를 정리하면 "실적은 좋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가장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델과 브로드컴의 실적, 연준 베이지북의 지역경제 언급, 한국의 반도체 수출 데이터까지 모두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지 않았다는 걸 일관되게 가리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국채 금리 급등과 환율 변수가 그 위를 계속 짓누르면서, 정작 지수는 박스권에 갇힌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가도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며 다시 90달러를 넘었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셔틀선을 이용한 우회 운송으로 원유 공급이 생각보다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100달러를 넘길 가능성은 낮고, 지금 상황이 유지된다면 오히려 80달러대로 내려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저는 9월 16일 FOMC와 그 전에 나올 소비자물가지수, 이 두 가지를 다음 판단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적이라는 펀더멘탈은 이미 방향을 보여주고 있으니, 매크로 변수가 정리되는 시점을 기다리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합리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WugEWeW8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