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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금 사고 싶으세요?"라고 누가 물으면 저도 선뜻 그렇다고 답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 위즈웨이브 이권희 대표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 머뭇거림 자체가 사실은 투자 심리를 읽는 가장 정직한 지표라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투심,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밸류 재평가 가능성까지 세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투심: 안 사면서 오르길 바라는 마음
최근 오픈AI의 신형 모델 공개가 AI 하드웨어 섹터 전체에 불을 붙였습니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같은 대형주부터 반도체 설계 팹리스 업체, 네오클라우드 업체까지 줄줄이 상승했고, 그동안 막대한 부채로 계속 비판받던 소프트뱅크도 관련 투자 성과가 부각되면서 1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엔비디아 CEO가 10만 장 규모로 구성했던 GPU 클러스터에 앞으로 40만 장이 추가 투입될 거라는 언급을 하면서, 그동안 시장이 걱정하던 메모리 수요 둔화나 가격 하락 우려가 단숨에 뒤집혔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겁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은 올해 하반기 실적조차 온전히 믿어주지 않는 수준이었는데, 이번 계기로 시장이 드디어 "믿음의 세계"로 넘어가기 시작했다는 평가입니다. 즉 숫자로 이미 확인된 실적조차 의심하던 단계에서, 앞으로의 성장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단계로 넘어가는 국면 전환이라는 겁니다. 이 대표는 방송국을 다니며 스태프들에게 "지금 사고 싶냐"고 직접 물어본다고 하는데, 대부분 무서워서 못 사겠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지금 개인 투자자들의 포지션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라는 거죠. 오르면 겁나서 팔고, 내리면 무서워서 못 사는 심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저도 예전에 급락 이후 반등이 나오는 구간에서 겁이 나서 보유 물량을 미리 정리했다가, 그 뒤로 훨씬 더 큰 폭의 상승을 그냥 지켜만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배운 건, 펀더멘탈이 바뀐 게 아니라 내 심리가 바뀐 거라면 그 판단은 다시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상황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실적이나 업황이 훼손된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위축된 것뿐이라면, 그 위축이 풀리는 순간이 오히려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반도체: 굴기 공포는 과장됐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점유율이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는 뉴스는 국내 반도체 투자자들 사이에서 항상 불안 요인으로 꼽혀왔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 불안감이 상당 부분 과장돼 있다고 지적합니다. 핵심 근거는 증설 여력입니다. 지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마이크론까지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이 동시에 증설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장비 회사들이 기존 고객사에 물량을 대기도 벅찬 상태입니다. ASML 같은 핵심 장비사가 30% 증산을 발표해도 수요를 다 맞추기 빠듯한 상황이라, 신규 진입자인 CXMT에까지 여유 있게 장비를 공급해줄 여력이 사실상 없다는 겁니다.
중국의 자체 장비 국산화 수준도 아직 D램보다는 낸드 쪽에 더 치우쳐 있다는 분석입니다. 반도체 제조는 개별 장비 하나를 잘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웨이퍼가 투입돼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전 공정이 정밀하게 자동화·연결돼 있어야 하는 산업이라, 몇몇 장비의 국산화만으로는 격차를 메우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쪽은 격차가 더 뚜렷합니다. CXMT는 이제 겨우 HBM3 샘플을 만든 수준인데, 한국 기업들은 이미 HBM4를 공급하고 5세대 제품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HBM은 고객사마다 요구하는 스펙이 다른 맞춤형 주문 생산 방식이라, 같은 세대 명칭을 붙였다고 해도 실제 성능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언론이 "중국이 쫓아온다"는 프레임을 유독 좋아한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이미 불안한 시장에서는 이런 기사가 클릭을 부르기 쉽고, 그래서 계속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CXMT는 자국 내수 수요조차 다 커버하지 못하는 수준이고,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여전히 35% 안팎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불안감을 자극하는 헤드라인과 실제 공급망 데이터 사이의 간극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밸류재평가: HBM이 가리는 숫자의 함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성장률이 꺾일 거라는 우려는 계속 나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우려가 D램 가격에만 집중해서 나온 계산이라고 지적합니다. SK하이닉스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50%를 넘었다가 올해는 30%대 초반까지 낮아진 상태인데, 이 비중이 다시 확장되는 구간이 2027년, 특히 4분기부터로 예상됩니다. HBM은 특정 고객사가 요구하는 스펙으로만 만드는 주문 생산 방식이라 다른 곳에 팔 수 없는 전용 상품인데, 새로운 세대의 계약 단가가 반영되기 시작하면 영업이익 성장률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나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보수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내년 영업이익 성장률을 10~20% 수준으로 잡지만, HBM 확장분을 반영하면 30%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입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비교가 나옵니다. TSMC가 지금의 높은 밸류를 인정받기까지 시장의 의심을 걷어내는 과정을 거쳤던 것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비슷한 궤적을 밟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분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낸 기업이었는데도, D램을 그저 가격이 오르내리는 범용 상품(커모디티)으로만 취급하는 시각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왔다는 지적입니다. 이 대표는 작년 2월 한 강연에서 코스피 7,500포인트를 제시했다가 당시 많은 이들에게 놀림 섞인 반응을 받았는데, 지금 코스피가 6,800선인 걸 감안하면 그 목표치가 그렇게 허황된 숫자는 아니었다는 걸 스스로 근거로 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얼마까지 간다'는 식의 숫자 전망 자체는 항상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특정 인물의 과거 예측 하나가 맞았다고 해서 다음 예측도 맞는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HBM 비중 확장이라는 구조적 근거와, D램을 범용 상품이 아니라 첨단 부품으로 재평가하려는 흐름 자체는 숫자와 무관하게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목표 지수보다는 그 지수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계속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처럼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매수해도 될까요?
A. 펀더멘탈이 훼손된 게 아니라 투자자들의 심리만 위축된 상황이라면, 그 위축이 풀리는 시점이 오히려 변곡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실적과 업황 지표가 실제로 나빠졌는지를 먼저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CXMT 같은 중국 메모리 기업이 한국을 위협할 가능성은 정말 없나요?
A. 단기간에는 위협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전 세계 반도체 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CXMT에 여유 있게 장비를 공급해줄 여력이 없고, HBM 기술 격차도 여전히 큽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중국의 국산화 속도가 얼마나 빨라지는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변수입니다.
Q. HBM 비중이 2027년에 다시 확장된다는 전망, 근거가 확실한가요?
A. HBM은 1년 단위 계약과 고객사 맞춤형 주문 생산이라는 구조적 특성이 있어, 신세대 제품의 계약이 반영되는 시점에 비중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이는 아직 확정된 계약 수치가 아니라 업계 전망이므로, 실제 계약 발표 시점마다 재확인이 필요합니다.
Q. 코스피가 다시 7,500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을 믿어도 될까요?
A. 특정 목표 지수 자체보다는 그 근거가 되는 논리(HBM 비중 확장, 반도체 밸류 재평가)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과거 예측이 맞았다고 해서 다음 예측도 반드시 맞는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숫자보다 근거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권합니다.
결론
투심, 중국 반도체, 밸류 재평가라는 세 가지 이야기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결국 '숫자보다 심리가 먼저 흔들렸다'는 점입니다. 실적이나 공급망 데이터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위축되면서 밸류에이션이 실제 펀더멘탈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간이 이어져왔습니다. 오픈AI發 모멘텀과 젠슨 황의 GPU 확장 발언이 그 심리적 벽을 흔드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에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다만 저는 특정 인물의 과거 적중 사례나 목표 지수 자체에 의존하기보다는, HBM 비중 확장이나 장비 공급망 병목 같은 구조적 근거들을 계속 스스로 점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심리가 풀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결국 펀더멘탈이 실제로 바뀌었는지 아닌지를 꾸준히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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