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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올리면 선거 앞두고 국민이 싫어하고, 안 올리면 물가가 더 오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에 본 영상에서 나온 답은 어이없을 만큼 단순했습니다. "불러다 혼내면 되겠구나." 정유사 사장들을 모아놓고 기름값을 누르는 방식이죠.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웃다가, 곧 제 계좌에 있는 채권 생각이 나서 웃음이 멎었습니다. 오늘은 지금의 고금리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제가 여기서 크게 데였던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트럼프가 물가를 직접 불러 세운 이유
먼저 상황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물가를 잡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은 금리를 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를 올리면 유권자가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물가가 더 올라 역시 유권자가 싫어합니다. 이 진퇴양난에서 나온 선택이 "금리는 그대로 두고 가격을 직접 누른다"였습니다.
실제로 벌어진 일들을 보면 그 절박함이 읽힙니다.
- 정유사 소집 — 베네수엘라 물량을 풀어줄 테니 왕창 캐라, 대신 정부가 지분을 사고 우선매수권을 받겠다는 거래를 제안하고, CEO들을 불러 기름값 인하를 압박했습니다.
- 바이오연료 의무 축소 — 정유사가 의무적으로 섞어야 하는 바이오연료 비율을 낮춰 원가를 깎아주고, 그 대가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구조입니다.
- 제약사 압박 — 약값도 같은 방식으로 눌렀습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바이오연료입니다. 바이오연료는 결국 옥수수와 콩으로 만들고, 그걸 납품하는 쪽은 농민입니다. 그리고 농민은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이죠. 자기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기름값을 눌러야 할 만큼 급하다는 뜻입니다. 유가가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이란 문제는 풀리지 않으니, 선택지가 별로 없었던 겁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을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방식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행정력으로 누르는 가격은 통계상의 숫자는 바꿀 수 있어도 그 숫자를 만든 원인은 바꾸지 못합니다. 유가가 오른 건 공급과 지정학의 문제인데, CEO를 불러 앉힌다고 유전이 더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오히려 시장은 "정상적인 수단으로는 못 잡는구나"라고 읽습니다. 그리고 그 해석이 정확히 장기금리에 반영됩니다. 물가를 누르려는 시도가 역설적으로 물가 기대를 자극하는 구간이 있다는 것, 저는 지금이 그 구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장기금리를 밀어 올린 진짜 원인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미국 30년물이 5%를 뚫은 사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단기채와 장기채는 움직이는 원리가 다릅니다. 단기채는 기준금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갑니다. 반면 장기채는 먼 미래의 인플레이션과 그 나라 재정에 대한 신뢰를 반영합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정치 때문에 금리를 못 올릴 것 같다"는 인식이 퍼지면, 단기채는 잠잠한데 장기채만 혼자 위로 치솟는 기묘한 그림이 나옵니다. 지금이 딱 그 모습입니다.
대응책으로 나온 게 재무부의 바이백, 즉 국채 되사기입니다. 살 사람이 없으니 정부가 사겠다는 건데, 그 돈은 어디서 날까요. 국채를 새로 발행해서 마련합니다. 빌린 돈으로 빌린 돈을 갚는 구조인 셈입니다. 물론 목적은 부채를 줄이는 게 아니라 장기물을 회수하고 단기물을 늘려 만기 구조를 바꾸는 데 있습니다. 재무장관 쪽 입장은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착각하는 것이고, 균형 가격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무질서한 움직임의 속도를 늦추려는 것"이라는 취지였습니다.
더 골치 아픈 건 이게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 일본 — 이제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입니다. 엔화가 160엔대까지 밀리자 방어를 해야 하는데, 정석인 금리 인상은 부담스럽습니다. 부채가 GDP 대비 200%를 넘고 예산의 약 30%가 원리금 상환, 또 30%가 복지로 나가 60%가 이미 굳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미국 국채를 팔아 달러를 마련해 엔을 사들였고, 그게 미국 금리를 더 밀어 올렸습니다.
- 일본의 자충수 — 그 와중에 소비세를 8%에서 1%로 낮추겠다고 나섰습니다. 연간 세수 37조 원가량이 사라지는데 메울 방법은 불분명합니다. 구조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에서 '호네부토 쇼크'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 프랑스 — 조용히 가장 많이 오른 나라입니다. 이제 이탈리아보다 금리가 높습니다. 2027년 예산안에서 이자 비용만 638억 유로에서 742억 유로로 불어났고, EU 기준을 맞추려면 재정적자를 크게 줄여야 하는데 의회에 과반 정당이 없고 2027년 4월엔 대선이 있습니다. 야당이 긴축에 협조할 이유가 없죠.
정리하면 지금의 고금리는 갑자기 생긴 새로운 병이 아닙니다. 원래 있던 부채라는 지병이, 전쟁과 선거 일정과 정치 구조에 얽히면서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에 가깝습니다. 채권 투자자들이 진짜 싫어하는 건 부채 그 자체가 아니라 "내년에 또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예감이라는 설명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기준금리를 먼저 올린 한국은 무엇이 달랐나
제 경험상 가장 비쌌던 수업료가 정확히 이 지점에서 나왔습니다. 2022년 가을, 미국 장기채가 그해에만 30% 넘게 빠진 것을 보고 저는 "이 정도면 바닥"이라 판단해 장기채 ETF를 3천만 원어치 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결정적으로 몰랐던 게 하나 있었어요. 장기채는 기준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상품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정책금리 방향만 보고 들어갔는데, 정작 제 수익률을 결정한 건 재정 적자와 기대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진짜 실수는 그다음이었습니다. 2023년 10월, 10년물이 장중 5%를 찍던 날 저는 "드디어 꼭지"라며 물타기를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뒤 두 달간 금리가 내려오는 바람에 저는 제 판단이 맞았다고 착각했고, 비중을 포트폴리오의 40% 가까이 키웠습니다. 하지만 2024년에 다시 밀렸고 2025년의 찔끔 반등으로는 원금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8월, 제가 들고 있던 그 ETF는 2004년 이후 최저가를 찍었습니다. 2020년 고점과 비교하면 반토막입니다. 4년째입니다.
그래서 이번 영상에서 한국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두 차례 연속으로 올렸고, 시장이 그걸 곧바로 받아들였습니다. 환율이 1,550원대에서 1,370원대로 내려왔죠. 반면 일본은 미국과 공조하겠다고 발표까지 했는데도 엔화가 160엔대에서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여준 쪽만 신뢰를 얻은 셈입니다.
인상 근거로 제시된 한국은행의 분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도체 벨트인 동탄, 화성, 기흥, 이천, 청주 지역의 카드 결제 데이터를 뜯어보니 실질 구매력 상승이 부동산과 고가 소비로 먼저 나타나고, 이후 서비스 소비로 번지는 흐름이 확인됐다는 겁니다. 여기에 수입 물가가 19% 오르는 동안 수출 물가는 47% 올라 국민소득 자체가 늘었고, 이건 유가가 떨어지면 사라지는 공급발 물가가 아니라 수요가 끌어올리는 물가라는 진단입니다. 그래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겠다"는 선제 대응이었다는 설명이죠.
장기금리 이슈, 자주 묻는 질문
Q. 기준금리를 올리면 장기금리도 따라 오르나요?
A.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단기물은 기준금리를 따라 오르지만,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가 확인되면 장기물은 안정되기도 합니다. 장기금리는 정책금리가 아니라 미래 물가와 재정 신뢰를 보고 움직입니다.
Q. 금리를 두 번 올렸으니 부동산과 증시가 폭락하나요?
A. 영상에서도 그런 공포 조성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문제가 터져서 대응한 게 아니라 문제가 생기기 전에 선제 대응한 것이며, 올려서 무너질 상황이면 애초에 선제적으로 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Q. 그럼 지금 채권을 사도 될까요?
A. 개인적으로는 "살까 말까"보다 "얼마나 살까"가 훨씬 중요한 질문이라고 봅니다. 방향은 맞아도 시점이 1~2년 어긋나면 손실이 납니다. 감당 가능한 비중으로 나눠 접근하시길 권합니다.
결론: 트럼프의 시간표와 제 계좌의 시간표는 다릅니다
영상 말미에 나온 이야기가 오래 남았습니다. 800조 원이 넘는 예산이 잡혔지만, 일회성 현금 살포에 써버리면 안 되고 취약계층 지원과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라는 두 축으로 가야 한다는 대목입니다. 과거 유가로 벼락부자가 된 나라들 중에 그 돈을 정유 설비에 투자한 곳만 다음 사이클에서 살아남았다는 비유도 그렇고요. 결국 개인 계좌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잘 벌리는 구간에 들어온 돈을 어디에 남겨두느냐가 다음 사이클의 성적을 정하니까요.
그리고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정치인은 다음 선거까지가 시간표지만, 제 노후는 그보다 훨씬 깁니다. 발언 하나에 계좌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라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정치 예측 게임입니다. 저는 3천만 원으로 그걸 배웠고, 지금도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게 1년 더 틀려도 나는 괜찮은가?"
참고: '야 너 이리 와봐' 금리 못 올리는 트럼프가 생각해낸 묘수 [딥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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