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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 아래로 주저앉은 지금, 오히려 온체인 금융 생태계는 전통 금융과 뒤섞이며 팽창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흐름을 접했을 때, 솔직히 머릿속에 곧바로 떠오른 건 거창한 거시경제가 아니라 제 계좌였습니다. 몇 년 전 2차전지 소재 코스닥 종목이 1,000원 아래로 떨어지던 그 순간이요.
크립토 겨울인데 생태계는 왜 커지나
그때 주변에서는 전부 손절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재무제표를 다시 뒤졌고, 펀더멘탈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버텼고, 결국 손실을 만회하는 수준까지 반등이 왔습니다. 지금 크립토 시장을 보면서 그 감각이 다시 살아납니다.
가격은 선행 지표이기도 하지만 후행 지표이기도 합니다. 이건 제가 직접 겪어보면서 얻은 감각입니다. 지금 비트코인 가격은 시들한데, 정작 그 위에서 돌아가는 온체인 금융은 전통 금융과 엉키면서 오히려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서 온체인(On-chain)이란 모든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 위에 기록되고 처리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우리 업계가 오래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라고 불렀던 개념인데, 참여 주체 전부가 탈중앙화된 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온체인'으로 명명하고 제도화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기존 크립토 겨울의 패턴은 분명했습니다. 비트코인이 꺾이면 그 기반 생태계도 같이 말라 비틀어지는 것이 공식이었습니다. 2018년 ICO 붐이 꺼질 때도, 2022년 NFT가 꺼질 때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패턴이 다릅니다. 비트코인만 시들하고, 그 위에서 자란 온체인 금융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괴리가 제게는 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달러 패권과 온체인, 미국의 속셈
제가 이 흐름에서 가장 설득력 있다고 느낀 부분은 미국의 움직임 자체입니다. 미국은 본래 엄격한 금융 규제 국가입니다. 그런데 시장이 먼저 커지면 뒤따라 법제화하는 '선시장 후제도화' 전략을 일관되게 써왔습니다. 온체인에 대해서도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달러 패권(Dollar Hegemony)이란 미국 달러가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의 기축통화로 기능하면서 미국이 전 세계 금융 질서를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이후 이 구조가 흔들리자 미국이 선택한 카드 중 하나가 바로 온체인 금융의 제도화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실제로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 ICE는 예측 시장 플랫폼에 20억 달러를 투자했고, 골드만삭스도 이 시장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출처: Goldman Sachs). 메타의 저커버그는 2018년 리브라 프로젝트로 의회 청문회에 불려가 된서리를 맞은 뒤 한동안 조용했다가, 최근 200조 달러 규모로 거론되는 예측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투기적 관심이 아닙니다.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이란 특정 사건의 결과에 베팅하는 시장인데, 지금은 이것이 파생 금융·보험·재보험과 결합하면서 기존 금융 상품과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폴리마켓(Polymarket)과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같은 플랫폼이 그 중심에 있고, 기반 인프라는 대부분 이더리움 위에서 돌아갑니다.
온체인이 달러 패권을 지탱하는 새 인프라가 된다는 논리가 완전히 허무맹랑하지 않다고 제가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그게 코인 가격 상승으로 자동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전통 금융이 생태계를 흡수해버리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 ICE(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 예측 시장에 20억 달러 투자
- 골드만삭스: 온체인 예측 시장 관심 공개 표명
- 메타 저커버그: 200조 달러 규모 예측 시장에 재도전
- 미국 정부: 온체인 제도화(법제화) 본격 추진
이더리움, 지금 가격만 보면 놓치는 것
제가 솔직히 이 부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온체인 금융의 실질적인 인프라가 이더리움 위에서 작동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대형 전통 금융 플레이어들이 이더리움 레이어를 실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꽤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더리움(Ethereum)은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능을 지원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해 코드로 작성된 계약이 중개자 없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구조로, 예측 시장·파생 금융·토큰화 자산 등 대부분의 온체인 금융 서비스가 이 위에서 구동됩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가치 저장 수단에 특화된 것과 달리, 이더리움은 생태계 확장 자체가 목적인 플랫폼입니다. 업데이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저는 이 점에서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의 미래 방향성이 더 넓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가격이 그 방향을 언제 반영할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한국 미디어 대형사가 하루아침에 부도 위기에 빠지는 걸 지켜봤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 듭니다. 그건 한 회사의 방만함 문제가 아니라, 산업 자체가 오래전부터 병들었다는 신호였습니다. 광고주와 시청자가 동시에 떠났고, 그 자리를 넷플릭스·유튜브·AI가 채웠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 전환은 소리 없이 오다가 어느 순간 한꺼번에 터집니다.
한국 금융도 비슷한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예측 시장이 국내 현물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원화 기반 금융 질서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이 맥락에서 주목할 만합니다(출처: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이 변화를 한국 금융 관료들이 실감하고 있는지, 솔직히 아직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온체인 금융이 커진다고 해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가격도 오르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온체인 생태계가 확장된다고 해서 그 수혜가 코인 가격으로 자동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고, 전통 금융이 생태계를 흡수해버리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가장 조심스럽게 보는 이유입니다. 큰 그림의 논리와 가격 흐름은 별개로 읽어야 합니다.
Q. 디파이(DeFi)와 온체인은 같은 말인가요?
A.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는 모든 참여 주체가 탈중앙화되어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앙화된 주체도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를 '온체인'이라고 명명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 용어가 더 넓게 쓰이는 추세입니다.
Q. 예측 시장이 200조 달러라는 건 어떤 근거인가요?
A. 보험·재보험·파생 금융 전체를 예측 시장의 잠재 영역으로 통합해서 추산한 수치입니다. 지금 도박성 스포츠 베팅이나 정치 이벤트 배팅 수준의 시장이 파생 금융·보험과 연결되면서 그 범위가 급격히 확장되고 있는 것이 핵심입니다. 메타가 이 시장에 진입을 선언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하면 됩니다.
Q.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중 어느 쪽이 온체인 금융과 더 관련이 깊나요?
A. 온체인 금융 인프라 측면에서는 이더리움이 훨씬 직접적입니다. 예측 시장, 파생 금융, 토큰화 자산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 위에서 구동됩니다.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강하고, 생태계 확장보다는 희소성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결론
지금 가격만 보면 이 시장이 망한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그 코스닥 종목을 1,000원 아래에서 들고 있을 때도 똑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다만 그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때는 재무제표로 직접 펀더멘탈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온체인 생태계의 확장이라는 건 제가 손으로 만져서 검증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래서 같은 수준의 확신을 가지기는 아직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온체인을 달러 패권 유지의 새 인프라로 밀고 있고, ICE·골드만삭스·메타 같은 플레이어들이 실제로 베팅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가격과 무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큰화(Tokenization), 즉 실물 자산이나 금융 상품을 블록체인 위에 디지털 토큰으로 올리는 흐름이 한국 금융 질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길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매수·매도보다 이 구조의 흐름 자체를 공부해두는 것이 먼저라고 제 경험상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