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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2020년에 바이오 테마주 열풍을 몸으로 겪었습니다. 씨젠, 휴마시스 같은 진단키트 종목에 공격적으로 들어갔다가 반토막 넘게 손실을 봤거든요. 그때 배운 게 있어서 오늘 BA 3.2, 이른바 '매미 변이' 뉴스에 바이오 주식들이 20~30%씩 폭등하는 걸 보면서 2020년 기억이 고스란히 떠올랐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짚어보겠습니다.
2020년 패턴, 지금의 바이오 테마주와 소름 돋게 닮았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뉴스 제목만 바꾸면 2020년과 2026년이 구분이 안 될 정도거든요. BA 3.2는 오미크론의 하위 계통인 BA3에서 파생된 변이 바이러스입니다. 여기서 BA3이란 2021년 말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휩쓸 때 뻗어난 다섯 갈래 가지 중 하나로, 당시에는 거의 퍼지지 않고 2022년에 딱 한 번 나타났다가 사라진 계통입니다. 과학계에서는 면역력이 약한 환자의 체내에서 2년 넘게 조용히 변이를 축적한 뒤 다시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BA 3.2가 2024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뒤, 2025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CDC 기준 4월 13일 현재 33개국에서 확인됐고, 미국 내에서만 31개 주에서 검출됐습니다. 국내 질병관리청 데이터를 보면 BA 3.2의 국내 점유율이 1월 3.3%에서 3월에는 23.1%까지 올라왔습니다. 석 달 만에 일곱 배가 뛴 수치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봐서 아는데, 이런 뉴스가 나오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일단 바이오 사자'입니다. 저도 2020년에 그랬으니까요. 4월 17일 오전 장에서 진원생명과학이 30% 올라 상한가를 찍었고, 수젠텍은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000원 선을 넘겼습니다. 신풍제약은 17~26%, 휴온스글로벌은 20%, 코미팜은 13% 올랐습니다. 2020년 때와 구조가 판박이입니다.
테마주 분석: 테마주와 수혜주, 숫자로 확인한 차이
제가 2020년에 직접 당해보고 나서야 깨달은 게 바로 테마주(Theme Stock)와 수혜주의 차이입니다. 테마주란 실제 실적과 무관하게 특정 이슈나 뉴스에 연동돼 단기적으로 급등락하는 종목을 말합니다. 수혜주는 그 이슈로 인해 실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을 가리킵니다. 이 두 개념이 다르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2020년 당시 저는 '임상 돌입', 'FDA 승인 신청' 같은 단어만 뉴스에 나오면 다음 날 상한가 가는 걸 보면서 결국 추격 매수를 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코로나 임상에 뛰어들었던 국내 상장사 29곳 중 24곳, 즉 83%가 고점 대비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14만 8,000원에서 1,353원으로 99% 하락했고, 제넥신은 18만 2,000원에서 4,245원으로 98% 빠졌습니다. KRX 헬스케어 지수 전체도 팬데믹 기간 최고 5,685까지 갔다가 이후 27% 넘게 빠졌으니, 개별 테마주의 낙폭은 그보다 훨씬 가혹했습니다.
오늘도 급등한 종목들을 보면 시가총액 1,000억 원 안팎의 중소형주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유한양행 같은 대형 제약사들은 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2020년과 2026년이 다른 점도 명확합니다.
2020년과 지금, 결정적으로 다른 세 가지
2020년에는 치료제도 백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발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주가가 30배까지 뛰는 게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팍스로비드(Paxlovid)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이미 존재하고, 존스홉킨스 연구진도 BA 3.2가 현재 항바이러스 치료제에 여전히 반응한다고 확인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변이를 가장 낮은 경고 등급인 VUM(Variant Under Monitoring)으로 분류했습니다. VUM이란 아직 공중보건 위험도 증가의 증거가 없어 단순 감시 대상으로만 지정한 등급을 의미합니다.
- 2020년: 치료제·백신 전무, 전 세계 봉쇄, 높은 사망률 → '개발 선언'만으로 주가 수십 배 상승 가능
- 2026년: 기존 치료제 효과 유지, WHO 최저 등급 분류, 봉쇄 가능성 사실상 제로
- 미국 내 BA 3.2 점유율은 CDC 기준 현재 0.19%로, 폭발적 확산보다는 기존 변이를 서서히 교체하는 양상
투자 기준이 다르면 보이는 진짜 기회
제 경험상 테마주 열풍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 진짜 기회가 남습니다. 2020년 이후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기술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백신 개발 기록이 나왔고, 바이오 기술은 암 치료와 희귀 질환 영역까지 확장됐습니다. 여기서 mRNA 기술이란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존 단백질 기반 백신보다 개발 속도가 획기적으로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코로나가 남긴 또 다른 유산은 롱코비드(Long COVID)입니다. 롱코비드란 코로나 감염 이후 몇 달, 심지어 몇 년이 지나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만성 후유증을 가리킵니다. OECD는 2025년 4월 이 문제의 전체 경제 비용을 처음으로 산출했는데, 앞으로 10년간 매년 최대 1,3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0조 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정했습니다(출처: OECD). GDP가 매년 0.2%씩 깎이는 규모입니다.
제가 이 수치를 보고 놀란 건 그 크기보다 시장의 공백 때문이었습니다. 롱코비드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공식 치료 경로를 갖춘 나라가 전 세계에 여섯 곳뿐이라고 합니다. 180조 원짜리 문제가 있는데 해결책을 가진 곳이 거의 없는 겁니다. 이게 바이오 업계에서 말하는 구조적 파이프라인(Pipeline) 기회입니다. 파이프라인이란 임상 개발 중인 신약 후보 물질의 단계별 포트폴리오를 의미하며, 이 파이프라인이 롱코비드 치료제로 채워진 기업이 향후 진짜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냉정하게 짚고 싶습니다. 180조 원이라는 수치는 전 세계 전체 경제 손실이고, 이것이 국내 상장 바이오 기업의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제로 롱코비드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춘 국내 기업이 몇 곳인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큰 시장이 열린다는 것과, 그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실제로 돈을 번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미 변이(BA 3.2) 뉴스 나왔을 때 바이오 주식 사도 되나요?
A. 제 경험상 뉴스 당일 급등한 종목을 쫓아가는 건 위험합니다. WHO가 BA 3.2를 가장 낮은 감시 등급(VUM)으로 분류한 상황에서 오늘의 급등은 실적이 아닌 기대감으로 움직인 테마성 상승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소한 BA 3.2 점유율이 40%를 넘거나 WHO 등급이 상향되는 신호를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Q. 2020년 코로나 때 바이오 주식이 왜 그렇게 많이 떨어졌나요?
A. 당시 급등한 종목 대부분이 실제 매출이 아니라 '임상 개발 선언'이라는 기대감으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코로나 임상에 뛰어든 29곳 중 24곳이 고점 대비 반토막 이하로 내려갔는데, 임상 결과가 실패하거나 뉴스 열기가 식으면 주가는 그 기대를 되돌리는 방식으로 움직였습니다. 기대감으로 오른 주가는 기대가 사라지는 순간 함께 빠집니다.
Q. 롱코비드 관련 바이오 주식은 지금 사도 되나요?
A. OECD가 산출한 롱코비드 경제 손실 규모(연간 최대 180조 원)는 구조적 수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전 세계 전체 경제 손실이며, 어떤 기업이 이 시장에서 실제로 매출을 낼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파이프라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롱코비드 테마'라는 뉴스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단계와 실적 흐름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습니다.
Q. 바이오 테마주와 수혜주를 어떻게 구분하나요?
A. 가장 단순한 기준은 '뉴스가 사라져도 매출이 남는가'입니다. 진단키트 기업이라면 실제 수출 물량이 증가하는지, 치료제 기업이라면 임상 결과와 허가 진행 상황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뉴스에 이름이 오르는 것과 다음 분기 실적에 숫자가 찍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결론
저는 2020년에 추격 매수로 반토막을 맞은 뒤부터 규칙 하나를 지키고 있습니다. 테마성 급등 종목은 뉴스 당일에는 절대 사지 않고, 최소한 실적 발표나 임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오늘 매미 변이 뉴스로 바이오 중소형주가 일제히 급등했지만, WHO 등급 변화와 BA 3.2 점유율 추이, 그리고 다음 분기 실적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그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합니다.
바이오 산업 전체의 파이는 분명히 커지고 있습니다. 롱코비드라는 구조적 수요, mRNA 기술의 확장, 끊임없이 등장하는 변이 바이러스까지. 그 흐름은 진짜입니다. 다만 그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건 현수막만 건 식당이 아니라 실제로 손님 받고 매출 찍는 기업입니다. 오늘 급등한 종목보다 다음 분기에 실적으로 증명하는 기업을 찾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게, 제가 반토막 경험 이후 내린 결론입니다.